"옆집 아이는 벌써 영어 문장 말한대." 그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철렁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많이 흔들렸어요. 돌이 지나고 두 돌이 가까워지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참 많더라고요. 누군가는 책을 다 읽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영어 센터 상담을 다녀왔다고 하고요. 집에 돌아오면 괜히 우리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도 뭐라도 시작해야 하나?’ 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이와 앉아 있다가 작은 개미 한 마리를 한참 같이 지켜본 적이 있어요. 저는 슬슬 집에 가고 싶었는데, 아이는 그 조그만 개미가 과자 부스러기를 옮기는 걸 정말 진지하게 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지금 이 순간이 아이한테는 공부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그날 이후로 조금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남들 속도 대신 우리 아이의 관심을 보기로요. 거창한 계획은 없었어요. 대신 하루에 잠깐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충분히 몰입하게 해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숫자를 알려줄 때도 문제집 대신 마트에 갔어요. “사과 세 개만 골라볼까?” 하면 아이는 손가락을 꼽으며 고릅니다. 색깔도 보고, 무게도 느껴보고, 계산대에서 직접 건네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숫자를 익혀갔습니다.
한글도 마찬가지였어요. 세 살 무렵이 되니 주변에서 ‘한글은 떼야 하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억지로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 이름 스티커를 집안 곳곳에 붙여두고 놀이처럼 찾게 했어요. 웃으면서 찾던 글자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영어도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짧은 영어 동요 한 곡, 자기 전에 그림책 한 권.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건 ‘공부 시간’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한 시간’이니까요. 어느 날 아이가 혼자 흥얼거리며 영어 단어를 말하는 걸 들었을 때,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첫 유치원 상담에서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아이 스스로 생각을 말하는 힘이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빨리 아는 것보다, 스스로 표현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제야 마음으로 알게 됐어요.
아이의 발달 속도를 존중한다는 건 결국 부모의 마음을 다잡는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급함을 내려놓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자기 속도로 잘 자라고 있더라고요.
혹시 지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마음이 무거운 분이 있다면, 잠깐 멈춰서 오늘 아이가 무엇에 웃었는지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간이 쌓여 결국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저는 믿게 됐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이 속도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던 분이라면, 제가 집에서 하나씩 시도해봤던 놀이 방법과 시행착오 이야기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며 기록한 과정을 놀이와 경험 중심으로 배우는 5세 교육 노하우 60개월의 기록에 정리해두었습니다.